2002년 창립 이래로, 진솔국제특허법률사무소는 기계, 전자, 화학, 의료, AI 및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특허, 상표, 디자인 관련 소송 및 심판, 특허 침해 대응, 법률 자문, 대응 특허 개발, 지식재산권 기반 컨설팅, 그리고 국내외 출원 업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긴 하였지만, 2021년은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특허소송사건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사건들을 모두 소개해 드리고 싶지만, 의뢰인의 동의를 얻은 일부 유의미한 사례에 대하여 사건 경과와 판결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밸브 개폐용 유압식 조작기 시스템” 특허소송 사례
1. 사건의 개요
독일에 주소를 둔 독일기업이 한국에서 유압식 액추에이터 시스템을 판매하다가, 2019년 경에 해당 유압식 액추에이터 시스템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한 한국기업으로부터 독일기업이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권리범위 확인소송을 제기 당했고, 이에 독일기업은 문제의 특허권에 대하여 무효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저희 사무소는 독일기업을 대리하여 무효소송을 포함한 일체의 소송을 대리하였으며, 2021년 경 문제 특허의 권리범위를 대폭 축소시키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이어 더 나아가 특허법원에서는 무효판결을 받아내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국내에서 특허출원한지 이미 15년이 지난 특허를 그 보다 3년 앞서 국내에서 개최된 전시회의 전시사실,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했던 사실을 근거로 무효로 시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2.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위
(1) 한국 기업의 특허내용
한국 기업은, 국내에서 유압식 조작기 시스템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인데, 상/하수도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밸브를 자동으로 개폐하던 시스템이 정전이나 부품 고장으로 인해 정상작동이 불가하여 밸브의 개폐가 불가능해졌을 때, 수동으로 밸브를 개폐할 수 있는 유압식 조작기 시스템을 발명하여 2005년 경에 한국에서 특허출원을 하고, 독점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납품해 왔습니다. 해당 제품은 육상이나 해양에 모두 사용되는 제품이지만, 한국 기업이 차지하던 시장은 육상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2) 독일 기업의 한국내 판매사실
독일 기업은, 위 특허와 유사한 제품을 문제의 특허 이전부터 ‘해양’ 기술에 적용하여 오다가 ‘육상’으로 시장을 확장하면서 국내에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3) 한국 기업의 특허침해 주장, 권리범위 확인소송 제기 vs 독일기업의 무효소송 제기
이에 한국기업은 독일기업이 자신들의 특허권을 동일하게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권리범위 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독일기업은 특허권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면서 무효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특허심판원에서의 사건의 경과 및 심결
(1) 당사자들의 주장
한국기업의 주장
한국기업은, 독일기업의 제품이, 자신들의 특허의 핵심구성인 수동개폐장치(8)가 유압식 조작기(3)와 유압 파워펙(52 또는 71) 사이에 설치되어 있어서, 유압 파워펙이 작동할 수 없는 비상상황에서 밸브의 수동 개폐가 수동개폐장치(8)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어서,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독일기업의 제품이 전시되었던 2002년 전시회에서는 제품 사진만 전시되었을 뿐 그 내부 유압회로는 공개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독일기업의 전시 제품이 선행기술이 될 수 없다거나, 독일기업이 해외에 수출하면서 해외구매자측에 제공했던 도면자료를 메뉴얼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독일기업의 주장
한국기업이 주장하는 수동개폐장치를 유압식 조작기와 유압 파워펙 사이에 설치하는 기술적 사상은, 문제의 특허가 출원되기 이전인 2002년 경부터 국내외 전시회를 통해 공지되었고, 나아가 독일기업이 한국에서 해외로 수출한 제품에도 동일하게 반영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을 수출하면서 제공된 메뉴얼에도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으므로, 문제의 특허는 이미 출원이전에 국내에서 공지되거나, 반포된 간행물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하거나, 이들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어서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한국기업의 특허정정
한국기업은, 심판과정에서 권리범위를 큰 폭으로 축소하는 정정을 2차례에 걸쳐 청구하면서, 정정된 발명은 평상시에도 오일이 수동개폐장치를 통과하므로 오일이 항상 수동개폐장치의 유로에 차 있어 비상시 수동작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효과를 가진다고 항변하면서, 독일기업이 해외에 수출하거나 전시했던 제품과는 상이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정정전후의 청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정청구전 청구항
유압식 조작기(3)와 유압 파워펙(52 또는 71)으로 구성된 밸브 개폐용 유압식 조작기 시스템에 있어서, 밸브의 개폐 작업을 수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동 개폐 장치(8)가 구비되어 있으며, 상기 수동 개폐 장치(8)는 유압식 조작기(3) 또는 유압파워펙(52 또는 71)에 선택적으로 설치됨을 특징으로 하는 밸브 개폐용 유압식 조작기 시스템.
최종 정정된 청구항
유압식 조작기(3)와 유압 파워펙(52 또는 71)으로 구성된 밸브 개폐용 유압식 조작기 시스템에 있어서, 밸브의 개폐 작업을 수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동 개폐 장치(8)가 구비되어 있으며, 상기 수동 개폐 장치(8)는 유압 파워펙(52 또는 71)에 설치되고,
상기 수동 개폐 장치(8)는 선택 스위치부(81)와, 수동에 의하여 작동유의 펌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펌핑부(82)와, 유로의 방향을 바꾸어 줄 수 있는 방향제어부(83)로 구성되며, 상기 수동 개폐 장치(8)의 유로는 상기 유압 파워펙(52 또는 71)의 오일 탱크(713)에 있는 작동유가 선택 스위치부(81), 펌핑부(82) 및 방향제어부(83)를 순차로 경유하여 통과할 수 있도록 형성되며,
상기 수동 개폐 장치(8)는 그 유로가 상기 유압식 조작기(3)와 유압 파워펙(52 또는 71) 사이를 직렬적으로 연결하고, 이에 따라 수동 작동시에 선택 스위치부(81)가 작동하여 유압 파워펙(52 또는 71)의 오일 탱크(713)에 연결된 유로(A5,B5)와 상기 펌핑부(82)가 연결되어, 상기 오일 탱크(713)의 오일을 이용하여 유압식 조작기(3)의 밸브(2)를 개폐할 수 있도록 구성됨을 특징으로 하는 밸브 개폐용 유압식 조작기 시스템.
(3) 특허심판원의 판단
특허심판원은, 한국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기업의 정정된 특허는 오일이 평상시에도 수동개폐장치를 통과하므로, 오일이 항상 차있다고 할 수 있고, 그렇다면 비상시에 수동개폐장치를 작동시킬 때 그렇지 않은 독일기업의 제품에 비해 작동효율이 우수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정정된 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이 심결로 인해 독일기업의 제품은 한국기업의 정정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심결이었지만, 특허심판원이 인정한 정정 특허의 효과는 최초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효과이기 때문에 한국기업측에서 입증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도 특허심판원이 자의적으로 이를 인정했다는 위법성 논란, 한국기업의 정정청구가 법에서 규정하는 정정의 범위 일탈에 관한 논란과 같은 법리적인 논쟁은 차지 하더라도 제품 판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문제의 특허가 유효하게 살아있을 경우 미래에 번거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속에 해당 특허를 최종적으로 무효를 시켜야 한다는 독일기업의 요구가 있어서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4. 특허법원에서의 사건의 경과 및 판결
(1) 당사자들의 주장
한국기업은 원심절차에서와 마찬가지로, 오일이 평상시에도 수동개폐장치를 통과하므로 오일이 항상 차있다고 할 수 있고, 그렇다면 비상시에 수동개폐장치를 작동시킬 때 그렇지 않은 독일기업의 제품에 비해 작동효율이 우수하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이에 독일기업은, 한국기업이 주장하는 효과는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효과이기 때문에,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한국기업측에서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반박하였습니다. 또한, 한국특허의 핵심은 비상시 수동개폐장치의 작동구성에 있는 것이지 평상시의 시스템의 작동구성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심리는 비상시 수동개폐장치의 작동구성에 집중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특허법원의 판단
법원은 한국기업의 특허와 독일기업의 제품은 평상시, 비상시 오일의 유동경로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뒤에 한국기업의 정정특허의 핵심은 비상시 수동개폐장치의 작동구성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비상시’ 수동개페장치의 작동을 비교해 보면 양자 모두 작동원리와 효과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오일이 평상시에도 수동개폐장치를 통과하므로 오일이 항상 차있다고 할 수 있고, 그렇다면 비상시에 수동개폐장치를 작동시킬 때 그렇지 않은 독일기업의 제품에 비해 작동효율이 우수하다는 한국 기업의 주장은,명세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할 만한 근거도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본 판결의 의의
(1) ‘청구범위’ 중요성
특허의 침해 여부, 무효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뽑아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청구범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던 청구범위에 기재된 ‘수동개페장치의 유로’, ‘직렬연결’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공방이 있었을 때, 결국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만으로 청구범위 해석에 무리가 없다면 상세한 설명의 기재로 청구범위를 제한해석해서는 않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으로 돌아가 청구범위의 기재만으로 발명을 해석해야 한다는 저희측 주장이 특허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청구범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2) 상세한 설명의 ‘목적’, ‘효과’의 기재
한국기업은 특허를 살리기 위해서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효과를 주장하였습니다. 이런 주장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해당 효과가 자명한 효과인지 여부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기업은, 이런 효과를 주장하면서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그런 주장이 배척되었던 겁니다. 이 지점에서 여러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명세서를 작성할 때 가능하면 많은 효과를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상, 명세서를 작성하다보면 목적과 효과를 간략하게 적는 경향들이 있는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만약 이 사건에서 한국기업이 자신들이 주장했던 효과를 명세서에 기재해 두었다면 다른 결론을 기대해 볼 만한 일말의 여지는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어서 부득이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은 효과를 주장할 경우에는 해당 효과를 증명하는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해당 효과를 직접적으로 시사하거나 아니면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이 기술된 전문서적, 논문, 기사, 매거진 등이 증거로 활용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해당 기술분야의 전문가의 증언, 감정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 공지사실의 증명에 필요한 증거의 확보
이번 사건은, 독일기업이 공지시킨 선행기술 때문에 특허가 무효가 되었던 사건입니다. 최초 공지시점 기준, 무려 18년이 지나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도면, 이메일 교신기록, 송금내역을 근거로 선행기술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여 침해주장을 제기 당한 기업측에서는 본인들이 과거 실시했던 기술가운데 특허와 비슷한 기술, 아니면 동종 업계에서 유사한 기술이 있었는지를 살펴본 다음, 그런 사실을 증명하는 직접증거가 소멸되고 없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증명할 수 있는 간접증거들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